커스텀 키보드나 소형 전자 기기를 분해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겪는 사고 중 하나가 바로 기판과 USB 포트를 연결하는 ‘도터보드(Daughterboard) 케이블’의 단선입니다. 하우징을 열다가 실수로 확 잡아당겨 전선이 끊어지거나, 커넥터의 플라스틱 부분이 부서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냥 선만 다시 이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인터넷에서 케이블을 사려고 검색해 보면 멘붕에 빠지게 됩니다. 겉보기엔 다 똑같이 생긴 하얀색 커넥터인데 SH, PH, ZH, XH 등 알 수 없는 알파벳 규격들이 난무하고, 잘못 구매하면 구멍 크기가 맞지 않아 끼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복잡한 ‘JST 커넥터’의 세계를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자와 눈대중만으로도 정확한 규격을 찾아내고, 알리익스프레스나 국내 쇼핑몰에서 실패 없이 호환 케이블을 구매하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1. 모든 것은 피치 Pitch 간격에 달려있다
JST 커넥터를 구분하는 가장 절대적인 기준은 바로 **’피치(Pitch)’**입니다. 피치란 핀과 핀 사이의 중심 거리를 말합니다. 커넥터 구멍이 몇 개인지(핀 수)는 눈으로 세면 되지만, 피치는 mm 단위의 미세한 차이라서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피치가 0.1mm만 달라도 커넥터는 절대 들어가지 않습니다.
키보드 도터보드에 주로 쓰이는 JST 커넥터의 피치 규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JST SH (1.0mm)**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커스텀 키보드와 ‘통합 도터보드(Unified Daughterboard)’ 표준이 채택하고 있는 가장 작은 규격입니다. 핀 사이 간격이 딱 1mm입니다. 둘째, **JST ZH (1.5mm)**입니다. SH보다 조금 더 크고 핀 사이가 넓습니다. 일부 구형 기기나 특정 브랜드 키보드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셋째, **JST PH (2.0mm)**입니다. 주로 배터리 연결 단자나 덩치가 큰 구형 기판에 사용됩니다.
집에 ‘디지털 캘리퍼스’가 있다면 핀 사이 거리를 측정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만약 캘리퍼스가 없다면 일반 자를 대고 4개의 핀 전체 길이를 재보세요. 4핀 기준으로 전체 너비가 약 3mm라면 SH(1.0mm x 3칸), 4.5mm라면 ZH, 6mm라면 PH일 확률이 높습니다.
2. 핀 수 확인과 역방향 정방향의 함정
피치를 확인했다면 다음은 **’핀 수(Pin Count)’**입니다. 유선 키보드의 도터보드 케이블은 USB 통신을 위해 보통 4핀(VCC, D-, D+, GND)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4핀’ 커넥터를 찾으면 됩니다. (가끔 쉴드 접지를 위해 5핀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커넥터의 모양입니다. JST 커넥터는 제조사마다 미세하게 모양이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체결 방향’**입니다. 케이블을 꽂았을 때 전선이 위를 향하는지(Top entry), 옆을 향하는지(Side entry)는 기판의 소켓 모양에 따라 결정됩니다. 하지만 케이블만 구매할 때는 보통 양쪽 다 커넥터가 달려있는 ‘더블 엔드(Double-ended)’ 케이블을 사게 되는데, 이때 양쪽 커넥터가 서로 ‘같은 방향(동일면)’을 보고 있는지, ‘반대 방향(역방향)’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에 끊어진 케이블을 바닥에 평평하게 펴놓고 커넥터의 돌기 부분이 서로 같은 곳을 보는지 확인한 후 동일한 옵션으로 구매해야 꼬임 없이 장착할 수 있습니다.
3. 구매 전 필수 체크 배선 순서와 극성 확인
규격도 맞고 핀 수도 맞아서 케이블을 샀는데, 연결하자마자 기판이 타버리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배선 순서(Pinout)’**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JST 커넥터 규격은 물리적인 모양만 표준일 뿐, “어떤 색깔 전선이 어떤 신호인지”는 표준이 없습니다.
A라는 판매자는 빨간색 선을 1번 핀(VCC)에 연결해서 팔지만, B라는 판매자는 빨간색 선을 4번 핀(GND)에 연결해서 팔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 산 케이블을 꽂기 전에, 반드시 기존 케이블과 전선 색깔 순서를 비교해 봐야 합니다. 만약 순서가 다르다면 뾰족한 핀셋이나 커터 칼 끝으로 커넥터 플라스틱의 락(걸쇠) 부분을 살짝 들어 올려 전선을 뽑은 뒤, 기존 케이블과 똑같은 순서대로 다시 끼워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무턱대고 꽂았다가 전원(VCC)과 접지(GND)가 반대로 들어가면 기판의 MCU가 즉사합니다. 색깔을 믿지 말고, 기판에 적힌 V, G, D+, D- 글씨와 연결된 핀 위치를 직접 눈으로 추적해서 맞춰야 합니다.
4. 어디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급하다면 국내 전자부품 쇼핑몰(디바이스마트, 엘레파츠 등)이나 네이버 쇼핑에서 ‘JST SH 4핀 케이블’ 또는 **’1.0mm 피치 4핀 케이블’**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몇백 원 수준이지만 배송비가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하는 것이 종류도 많고 저렴합니다.
검색어 팁을 드리자면 **”JST SH 1.0mm 4pin wire cable”**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결과가 나옵니다. 이때 길이를 잘 봐야 합니다. 키보드 내부에 들어가는 선은 보통 10cm~15cm면 충분하지만, 너무 짧으면 조립이 불가능하니 넉넉하게 15cm나 20cm를 사서 남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낫습니다. 만약 ‘통합 도터보드(Unified Daughterboard)’를 사용하는 최신 커스텀 키보드라면, 키보드 전문 벤더 사이트에서 ‘JST SH 1.0mm 4-pin to 4-pin cable’이라는 이름으로 전용 부품을 파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5. 자가 수리 시 팁과 결론
만약 새 케이블을 살 시간이 없고 인두기가 있다면, 끊어진 부위만 수리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끊어진 전선의 피복을 벗기고 서로 꼬아서 연결한 뒤 납을 살짝 먹이고, **’수축 튜브’**로 감싸서 절연 처리를 하면 됩니다. 절연 테이프는 시간이 지나면 끈적이고 풀릴 수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도터보드 케이블 단선은 JST 커넥터의 ‘피치(간격)’만 정확히 안다면 누구나 천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핵심은 ‘1.0mm(SH)인지 1.5mm(ZH)인지 자로 재볼 것’, 그리고 **’새 케이블을 꽂기 전에 전선 순서를 기존 것과 똑같이 맞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여러분의 소중한 키보드는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작은 케이블 하나 때문에 비싼 기판을 포기하지 마세요.
❓ JST 커넥터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5가지
Q1 제 키보드는 C타입 보드가 따로 없고 기판에 붙어있는데 선이 끊어졌어요. A 그건 도터보드 방식이 아니라 기판 일체형입니다. 거기서 끊어진 선은 JST 커넥터 케이블이 아니라 배터리 케이블일 확률이 높습니다. 배터리 커넥터는 주로 JST PH 2.0mm 2핀 규격을 많이 씁니다.
Q2 1.0mm 케이블을 샀는데 구멍에 안 들어가요. A 피치는 1.0mm가 맞더라도 커넥터 형상(SH, JST-Sur 등)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90% 이상은 피치 측정 오류입니다. 1.25mm(Molex PicoBlade) 규격과 1.0mm(JST SH)는 눈으로 보기에 거의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반드시 자로 4개 핀의 총 길이를 재보세요.
Q3 전선 순서를 바꾸려면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가요? A 전용 리무버 툴이 있긴 하지만, 굳이 살 필요 없습니다. 얇은 바늘이나 정밀 핀셋, 혹은 커터 칼의 뾰족한 끝부분만 있으면 됩니다. 커넥터의 플라스틱 틈새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선을 당기면 쉽게 빠집니다. 너무 세게 들면 플라스틱이 부러지니 주의하세요.
Q4 케이블 길이는 긴 게 좋나요 짧은 게 좋나요? A 너무 짧으면 조립할 때 당겨져서 단선되거나 단자가 뽑힐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길면 하우징 내부 공간을 차지하여 통울림의 원인이 되거나 기판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기존 케이블보다 약 2~3cm 정도 여유 있는 길이를 추천합니다.
Q5 납땜 없이 그냥 선을 꼬아서 연결해도 되나요? A 임시방편으로는 가능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통신선(D+, D-)은 신호 품질에 민감해서 접촉 저항이 생기면 키보드 인식이 끊기거나 입력 지연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급적 납땜을 하고 수축 튜브로 마감하는 것이 좋습니다.